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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 어디까지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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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파킨슨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 어디까지 왔을까요

박석민
의료 감수 박석민 대표원장

진행을 늦추는 방법이 없느냐고 물으십니다.

인천 이레한의원에서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 이미지

파킨슨병 진료실에서 가장 절실한 질문이에요. 증상을 덜어 주는 약은 있는데, 병 자체를 늦추는 치료는 아직 없거든요. 오늘은 무엇이 시도되었고 왜 실패했는지,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춘다고 확인된 약은 없습니다.

유망해 보였던 후보들이 큰 시험에서 차례로 실패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좋았던 결과가 사람에게서는 다르게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있나요?

아직 없습니다. 먼저 이것부터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현재 쓰이는 약들은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그 작용을 돕는 방식이에요. 증상을 조절하는 데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신경이 줄어드는 과정 자체를 멈추지는 못합니다.

이런 방향의 치료를 신경 보호 또는 질병 조절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여러 후보가 시험되었어요.

그리고 대부분이 실패했습니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지금도 「진행을 막는다」고 홍보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것들이 시도되었나요?

세 가지 큰 시험을 보겠습니다. 모두 유망한 근거를 가지고 시작한 것들입니다.

진행을 늦추려 시도했던 대표적인 후보들

첫째, 크레아틴입니다.

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돕는 물질로, 앞선 연구에서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NINDS NET-PD Writing Group (2015)가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최소 5년간 시험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위약과 비교해 임상 경과를 개선하지 못했고,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크레아틴 사용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둘째, 칼슘 통로를 막는 혈압약입니다.

도파민 신경이 칼슘 유입으로 부담을 받는다는 기전 연구가 배경이었습니다. 역학 연구에서도 이 계열의 약을 쓰는 사람에게 파킨슨병이 적다는 관찰이 있었어요.

Parkinson Study Group STEADY-PD III (2020)이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시험했습니다. 결론은 진행을 늦추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요산을 올리는 물질입니다.

혈중 요산이 높은 사람에게서 파킨슨병 진행이 느리다는 관찰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산을 올려 보는 시험이 진행되었어요.

Parkinson Study Group SURE-PD3 (2021)의 결과도 같았습니다. 위약과 비교해 진행 속도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고, 초기 파킨슨병 치료로 권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이 있어요. 세 가지 모두 역학 관찰이나 기전 연구에서 근거를 얻어 출발했다는 점이에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는데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왜 계속 실패할까요?

몇 가지가 겹칩니다.

  • 진단 시점에 이미 도파민 신경이 상당히 줄어 있습니다
  • 병이 진행하는 경로가 하나가 아닙니다
  • 「진행이 늦어졌다」를 측정하는 방법 자체가 어렵습니다
  • 증상 약의 효과와 섞여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첫 번째가 큽니다. 손상이 시작된 지 여러 해 지난 뒤에 개입하는 셈이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진단 전 단계에서 시작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잠꼬대나 후각 저하처럼 앞서 나타나는 증상을 가진 분들을 미리 찾아 관찰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효과가 있다던데요?

동물에서의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파킨슨병 관련 논문 가운데 상당수가 세포나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예요. 이런 연구에서 「신경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는 표현이 자주 나와요.

그런데 이 간격이 얼마나 큰지 조사한 연구가 있어요.

Perel et al (2007)이 동물 실험과 사람 임상시험의 결과를 짝지어 비교했습니다. 머리 손상, 뇌졸중 등 여섯 가지 치료가 대상이었어요.

동물 실험과 사람 시험의 결과가 엇갈린 사례

결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 스테로이드 — 동물 모델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람 시험에서는 이득이 없었습니다
  • 티릴라자드 — 동물에서 뇌경색 크기를 줄였지만, 사람에서는 오히려 결과가 나빴습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동물과 사람 연구가 엇갈리는 이유는 연구의 치우침 때문이거나, 동물 모델이 실제 병을 충분히 재현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러니 「쥐 실험에서 신경이 보호되었다」는 문장은 시작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실패한 시험은 쓸모가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부분도 함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큰 시험이 실패하면 그 후보는 목록에서 빠집니다. 그러면 환자분들이 검증되지 않은 것에 시간과 비용을 쓰는 일이 줄어들어요.

또 하나, 실패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가 드러납니다.

  • 개입 시점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 측정 방법이 변화를 잡아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 대상을 더 좁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질문들이 다음 연구의 설계를 바꿉니다.

그래서 「아직 없다」는 답은 「영영 없을 것이다」와 다릅니다.

그럼 아무것도 할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기대의 방향을 옮기셔야 해요.

지금 근거가 비교적 분명한 것들이 있어요.

  • 활동을 유지하는 일 — 신체 활동을 꾸준히 유지한 분들에서 자세와 걸음의 악화가 더 느렸습니다
  • 넘어지지 않는 일 — 골절 한 번이 이후 생활을 크게 바꿉니다
  • 체중을 지키는 일 — 초기 체중 감소는 이후 경과와 연결되었습니다
  • 약을 제때 쓰는 일 — 미룬다고 합병증이 미뤄지지 않았습니다

이 네 가지는 「진행을 멈춘다」가 아니라 「지금의 기능을 지킨다」에 해당합니다.

각각은 초기 운동 편, 넘어짐과 골절 편, 체중 감소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염증을 잡으면 되지 않나요?

연구가 진행 중인 방향이에요. 다만 아직 치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파킨슨병의 진행에 신경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관여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자가면역과 겹치는 기전도 보고되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해요. 관여한다는 사실과, 그것을 억제하면 진행이 늦어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의 실패한 시험들도 대부분 그럴듯한 기전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기전이 맞아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는 뜻이에요.

이 부분은 신경 염증 편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신경이 상하는 것은 뇌뿐인가요?

아니에요. 이 점이 신경 보호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파킨슨병에서는 뇌의 도파민 신경 말고도 여러 신경이 함께 영향을 받아요.

뇌 밖에서도 진행되는 신경 변화

  • 내장을 움직이는 자율신경 — 변비와 위 배출 지연, 기립성 저혈압으로 나타납니다
  • 손발의 가느다란 감각신경 — 소섬유 신경병증으로 저림과 화끈거림이 생깁니다
  • 냄새를 맡는 신경 — 후각 저하가 여러 해 앞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도파민 신경 한 곳만 지켜서는 병 전체를 붙잡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자율신경 신경병증에서 오는 증상들은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으로 잘 좋아지지 않습니다. 진행을 늦추는 치료가 나온다 해도 이 부분은 따로 다뤄야 할 가능성이 커요.

무엇을 조심해야 하나요?

「진행을 막는다」는 말이 나오면 세 가지를 확인해 보세요.

  •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가 — 쥐와 세포 실험만 있다면 아직 이릅니다
  • 위약과 비교했는가 — 비교 없이 좋아졌다는 것은 근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 얼마나 오래 보았는가 — 파킨슨병은 몇 달로 판단할 수 없는 병입니다

이 세 가지를 통과하는 자료가 아직 없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에요.

덧붙이면,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일수록 이 확인을 더 꼼꼼히 하셔야 합니다. 근거가 약할수록 설명이 화려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한의학은 어디를 맡을까요?

증상과 생활을 지키는 부분입니다.

저희 한의원에서도 신경 보호와 관련된 실험 연구들을 접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진료실에서 「진행을 늦춰 드린다」로 옮기지 않습니다. 사람에게서 확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대신 저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이렇습니다.

  • 변비와 더부룩함을 정리해 식사와 약 흡수가 안정되게 합니다
  • 통증과 경직을 줄여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합니다
  • 어지러움을 다루어 넘어질 위험을 줄입니다

앞에서 본 「지금의 기능을 지키는 일」을 옆에서 돕는 역할입니다.

이 역할이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변비가 풀려 약효가 고르게 나오고, 통증이 줄어 걷기를 다시 시작하시면 반년 뒤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지금 확인된 근거로 할 수 있는 일이 여기까지라면, 그 일을 제대로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진료실에서 듣는 이야기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에 파킨슨병으로 오시는 분들이 조심스럽게 물으십니다.

"이걸 먹으면 진행이 멈추나요?"

정직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인천 이레한의원에서 치료 목표를 함께 정하는 안내 이미지

이 답을 드리면 실망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도 나중에 「그때 그렇게 말해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이렇게 여쭤봅니다. 지금 가장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반년 뒤에 무엇이 지금과 같기를 바라시는지요. 목표를 그렇게 잡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여섯 가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하나. 「진행을 막는다」는 말을 경계합니다. 확인된 치료가 아직 없습니다.

둘. 동물 실험 결과를 치료로 읽지 않습니다. 사람에게서 엇갈린 사례가 많습니다.

셋. 활동을 유지합니다. 근거가 비교적 분명한 쪽입니다.

넷. 넘어지지 않게 준비합니다. 한 번의 골절이 많은 것을 바꿉니다.

다섯. 체중과 식사를 챙깁니다. 이후 경과와 연결되었습니다.

여섯. 담당 신경과의 약을 제때 씁니다. 미루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자가면역질환과 신경 질환에서 나타나는 소화기·통증 증상을 오래 진료해 왔습니다. 지금의 기능을 지키는 일을 옆에서 돕는 것이 저희가 맡는 부분이에요.

파킨슨병에 한약을 함께 썼을 때의 임상 근거는 본원 칼럼 파킨슨병 치료 한의원 — 한약을 함께 썼을 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말 진행을 늦추는 약이 하나도 없나요?

A. 네. 여러 후보가 큰 시험에서 검증되었지만 아직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지금 쓰이는 약들은 증상을 조절하는 약입니다.

Q. 그럼 약을 먹는 의미가 없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움직임이 편해지고 일상이 유지되는 것 자체가 큰 의미입니다. 진행을 늦추지 못한다는 것과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Q. 항산화 보충제를 먹으면 어떨까요?

A. 산화 스트레스가 관여한다는 것은 맞지만, 보충제로 진행이 늦어진다고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요산을 올리는 시험도 실패했습니다.

Q. 논문에서 신경 보호 효과를 확인했다는데요?

A. 그 논문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확인해 보세요. 세포나 동물 실험이라면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Q. 새로운 치료가 나올 가능성은 있나요?

A. 있습니다. 최근에는 진단 전 단계에서 개입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Q. 한의원에서 진행을 늦춰 주시나요?

A.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저희가 맡는 것은 소화·통증·어지러움처럼 지금의 기능을 지키는 데 관여하는 증상입니다.

Q. 임상시험에 참여해 볼 수 있나요?

A. 조건이 맞으면 가능합니다. 담당 신경과에 문의해 보시면 진행 중인 연구를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참여해도 위약군에 배정될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아셔야 합니다.

Q. 인천 송도에서 상담받을 수 있나요?

A. 네. 이레한의원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습니다. 지금 가장 불편한 증상과 반년 뒤 지키고 싶은 것을 적어 오시면 상담이 정확해집니다.

참고문헌

  • NINDS Exploratory Trials in Parkinson Disease NET-PD Writing Group (2015) Effect of creatine monohydrate on clinical progression in patients with Parkinson disease: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313:584-593
  • Parkinson Study Group STEADY-PD III Investigators (2020) Isradipine Versus Placebo in Early Parkinson Disease: A Randomized Trial. Annals of Internal Medicine 172:591-598
  • Parkinson Study Group SURE-PD3 Investigators (2021) Effect of Urate-Elevating Inosine on Early Parkinson Disease Progression: The SURE-PD3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326:926-939
  • Perel P, Roberts I, Sena E, Wheble P, Briscoe C, Sandercock P, Macleod M, Mignini LE, Jayaram P, Khan KS (2007) Comparison of treatment effects between animal experiments and clinical trials: systematic review. BMJ 334:197

본 글은 의학 정보를 정리한 참고 자료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 방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방향은 담당 의료기관과 상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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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

박석민 대표원장

19년간 자가면역질환과 구강작열감증후군과 같은 신경병증성 통증을 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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