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파킨슨병에 면역이 관여한다는 말,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목차
면역이 자기 신경을 공격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으셨다고 하십니다.

파킨슨병은 오랫동안 「도파민 신경이 닳아 없어지는 병」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십여 년 사이에 면역이 관여하는 지점이 하나씩 확인되면서 설명이 조금 달라졌어요. 오늘은 어디까지 밝혀졌고 어디부터가 아직 가설인지 나누어 보겠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면역세포가 알파시누클레인 조각을 공격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반응은 진단을 받기 몇 년 전부터 나타나고, 진단 직후에 가장 높았습니다.
다만 파킨슨병을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파킨슨병은 자가면역질환인가요?
아닙니다. 먼저 이것부터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루푸스처럼 진단 기준과 치료 체계가 자가면역질환으로 잡혀 있는 병과 달리, 파킨슨병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돼요.
그런데 그 진행 과정 안에 면역이 관여하는 구간이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내용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이다」가 아니라 「자가면역과 겹치는 기전이 관찰된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이 차이가 중요해요. 앞의 표현은 치료 방향까지 바꾸는 말이지만, 뒤의 표현은 아직 연구가 쌓이는 단계라는 뜻이거든요.
인터넷에서 「파킨슨병은 자가면역질환이다」라고 단정하는 글을 보셨다면, 그 부분은 아직 확정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알아 두시면 돼요. 다만 면역이 전혀 관계없다는 예전 설명도 지금은 맞지 않아요.
무엇이 확인되었나요?
가장 분명한 것은 면역세포가 알파시누클레인을 알아본다는 사실이에요.
Sulzer et al (2017)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를 보겠습니다. 알파시누클레인은 파킨슨병에서 뇌에 뭉쳐 쌓이는 병리적 단백질이에요.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이렇습니다.
- 알파시누클레인에서 잘려 나온 특정 조각들이 항원으로 제시되었습니다
- 파킨슨병 환자의 도움 T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가 이 조각에 반응했습니다
- 반응은 특정 조직적합성 유전자형을 가진 분들에서 나타났습니다
앞서 유전 연구에서 파킨슨병이 조직적합성 복합체의 특정 유전형과 연관된다는 결과가 있었는데, 이 발견이 그 연관을 설명해 주는 셈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몸이 자기 단백질의 일부를 「바깥에서 온 것」처럼 취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가면역질환에서 관찰되는 것과 같은 구조예요.
한 가지 덧붙이면, 이 반응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모든 파킨슨병 환자에게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에요. 반응은 특정 유전형을 가진 분들에서 두드러졌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어요.
이 반응은 언제부터 나타나나요?
진단보다 앞섭니다.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띕니다.
Lindestam Arlehamn et al (2020)이 시간 순서를 살펴본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 한 사례를 길게 추적했더니 운동 증상으로 진단받기 전에 이미 반응이 올라가 있었고, 진단 이후에는 내려갔습니다
- 서로 다른 두 집단에서도 같은 모양이 확인되었습니다. 반응은 진단 직후에 가장 높았다가 그 뒤 줄어들었습니다
-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레보도파 용량이 적을수록 반응이 높은 경향이 있었습니다
면역 반응이 신경 손상의 결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손상이 진행되는 시기에 함께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이 세포들이 진단 몇 해 전부터 존재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조기 진단의 실마리로도 검토되고 있어요.
왜 진단 뒤에는 줄어드는 걸까요?
아직 확정된 설명은 없어요.
가능성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공격 대상이 되는 신경세포가 이미 상당 부분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에요. 표적이 줄면 반응도 줄어든다는 것이죠.
다만 이것은 관찰에서 나온 추정이에요. 확인된 것은 시간에 따라 반응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사실까지예요.
여기서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면역을 억제하면 파킨슨병이 좋아진다는 근거는 아직 없습니다. 그런 방향의 치료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입니다.
염증은 어떻게 관여하나요?
세 가지 축이 함께 이야기됩니다.
Caggiu et al (2019)의 종설이 이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 미세아교세포 — 뇌 안의 면역세포입니다. 손상이나 감염이 생기면 활성화되어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 사이토카인 — 염증을 전달하는 물질입니다. 자가면역질환에서 많이 관찰되는 것들이 파킨슨병 환자의 뇌와 뇌척수액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 자가항체 — 알파시누클레인을 비롯한 자기 성분에 대한 항체가 보고되었습니다
이 종설은 면역계를 환경 요인과 유전 요인을 잇는 연결점으로 봅니다. 살충제 노출이나 감염 같은 환경 자극이, 특정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서 면역 이상을 거쳐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그림이에요.
한쪽 원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그림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알려진 관찰도 이 틀 안에서 다시 읽힙니다. 소염진통제를 오래 쓴 사람에서 파킨슨병 발생이 적었다는 초기 보고가 그 예예요. 다만 이 관찰만으로 소염제를 예방 목적으로 드시라고 권할 수는 없습니다. 위장과 신장에 부담이 되는 약이고, 예방 효과가 시험으로 확인된 것도 아니거든요.
몸 전체의 신경병증과도 이어지나요?
이어집니다.
파킨슨병에서 상하는 것은 뇌의 도파민 신경만이 아닙니다. 내장을 움직이는 자율신경, 그리고 손발의 가느다란 감각신경에도 신경병증이 나타납니다.
- 변비와 위 배출 지연 — 장을 움직이는 신경의 문제입니다
- 일어설 때 어지러움 —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의 문제입니다
- 손발의 저림과 화끈거림 — 소섬유 신경병증으로 설명되는 증상입니다
장 점막의 면역과 장의 신경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알파시누클레인의 병리가 장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가설이 오래전부터 검토되어 왔어요.
이 부분은 변비와 유산균 편과 손발 저림 편에 각각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만나는 조합은 이렇습니다.
- 쇼그렌증후군과 함께 오는 경우 — 눈과 입의 마름이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 갑상선 자가면역질환을 이미 가지고 계신 경우
- 류마티스관절염을 오래 앓으신 경우
다만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파킨슨병에 걸린다」는 뜻이 아닙니다. 두 질환의 위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따로 정리가 필요한 주제라,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증상이 겹쳐 헷갈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마름, 저림, 피로 같은 증상이 어느 쪽에서 온 것인지 나누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 연구들이 치료를 바꾸었나요?
아직 아닙니다. 이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기전의 한 조각입니다. 그것이 곧바로 새로운 치료로 이어지려면 여러 단계가 남아 있어요.
- 면역 반응을 낮추는 것이 실제로 경과를 바꾸는지 확인되어야 합니다
- 어느 시점에 개입해야 하는지 정해져야 합니다
-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합니다
「면역 문제니까 면역을 억누르면 된다」는 결론으로 건너뛸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하실 수 있는 일은 검증된 치료를 유지하면서 증상 관리를 함께 챙기는 쪽입니다.
한의학은 어디를 맡을까요?
증상을 다루는 부분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염증 상태와 순환, 소화 기능을 함께 봅니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소화기 증상과 통증, 경직이 저희가 실제로 다루는 영역이에요.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한의학 치료가 파킨슨병의 면역 이상을 교정한다고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자가항체 검사나 면역 관련 혈액검사는 저희가 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은 담당 의료기관에서 받으셔야 합니다.
진료실에서 듣는 이야기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에서 파킨슨병으로 오시는 분들 가운데, 이미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계신 분이 적지 않습니다.
"쇼그렌으로 다니다가 파킨슨을 진단받았어요. 둘이 관계가 있나요?"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두 병이 한 사람에게 함께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까지가 지금 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일으켰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도 상담이 헛되지 않습니다. 진단명이 둘이면 챙길 것도 둘이지만, 겹치는 증상은 하나로 묶어 볼 수 있거든요.
다만 증상을 나누어 보는 일은 도움이 됩니다. 입이 마르는 것이 어느 쪽에서 왔는지, 저림이 어느 쪽인지 정리하면 치료의 순서가 정해지거든요.
그래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여섯 가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하나. 진단명을 정확히 알아 둡니다. 파킨슨병인지 파킨슨증후군인지에 따라 경과와 치료가 다릅니다.
둘.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함께 관리합니다. 각각의 담당 진료를 유지하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셋. 검증되지 않은 면역 요법을 조심합니다. 면역이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곧 면역 치료의 근거는 아닙니다.
넷. 증상을 기록합니다. 마름, 저림, 피로가 언제 심해지는지 적어 두면 어느 쪽에서 온 것인지 가리기 쉬워집니다.
다섯. 소화기 증상을 방치하지 않습니다. 변비와 더부룩함은 약효에도 영향을 줍니다.
여섯. 정보를 고를 때 출처를 봅니다. 이 분야는 아직 연구가 빠르게 바뀌는 중이라 과장된 설명이 많습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자가면역질환과 신경 질환을 함께 진료해 왔습니다. 두 가지가 겹쳐 있을 때 증상을 나누어 정리하는 것이 저희가 맡는 부분이에요.
파킨슨병에 한약을 함께 썼을 때의 임상 근거는 본원 칼럼 파킨슨병 치료 한의원 — 한약을 함께 썼을 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킨슨병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파킨슨병은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다만 그 진행 과정에 면역이 관여하는 구간이 확인되었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내용입니다.
Q. 면역 검사를 받으면 파킨슨병을 미리 알 수 있나요?
A. 아직 진단에 쓰이는 검사는 아닙니다. 알파시누클레인에 반응하는 T세포가 진단 몇 해 전부터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조기 진단의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면역을 억제하는 치료가 도움이 되나요?
A. 현재로서는 근거가 없습니다.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이고, 임의로 면역억제제를 쓰는 것은 위험합니다.
Q. 자가면역질환이 있으면 파킨슨병에 잘 걸리나요?
A. 두 질환의 위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따로 정리가 필요합니다. 다만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Q. 염증에 좋다는 식품을 챙겨 먹으면 될까요?
A. 식사 자체를 잘 챙기시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특정 식품이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춘다고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영양제를 시작하실 때는 드시는 약과의 상호작용을 먼저 확인하세요.
Q. 한의원에서 자가항체 검사를 해 주시나요?
A. 하지 않습니다. 항체 검사와 영상 검사는 담당 의료기관에서 받으셔야 합니다. 저희는 소화기 증상과 통증, 경직 같은 증상을 다룹니다.
Q. 인천 송도에서 상담받을 수 있나요?
A. 네. 이레한의원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습니다. 진단명과 복용 중인 약, 그리고 가장 불편한 증상 세 가지를 적어 오시면 상담이 정확해집니다.
참고문헌
- Sulzer D, Alcalay RN, Garretti F, Cote L, Kanter E, Agin-Liebes J, Liong C, McMurtrey C, Hildebrand WH, Mao X, Dawson VL, Dawson TM, Oseroff C, Pham J, Sidney J, Dillon MB, Carpenter C, Weiskopf D, Phillips E, Mallal S, Peters B, Frazier A, Lindestam Arlehamn CS, Sette A (2017) T cells from patients with Parkinson's disease recognize α-synuclein peptides. Nature 546:656-661
- Lindestam Arlehamn CS, Dhanwani R, Pham J, Kuan R, Frazier A, Rezende Dutra J, Phillips E, Mallal S, Roederer M, Marder KS, Amara AW, Standaert DG, Goldman JG, Litvan I, Peters B, Sulzer D, Sette A (2020) α-Synuclein-specific T cell reactivity is associated with preclinical and early Parkinson's disease. Nature Communications 11:1875
- Caggiu E, Arru G, Hosseini S, Niegowska M, Sechi G, Zarbo IR, Sechi LA (2019) Inflammation, Infectious Triggers, and Parkinson's Disease. Frontiers in Neurology 10:122
본 글은 의학 정보를 정리한 참고 자료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 방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방향은 담당 의료기관과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