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감수: 박석민 한의사 (대표원장)
파킨슨병 약을 늦게 시작하면 부작용을 미룰 수 있을까요
목차
약을 오래 쓰면 나빠진다고 들어서 미루고 계신다고 하십니다.

파킨슨병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걱정 가운데 하나예요. 약을 일찍 시작하면 나중에 쓸 약이 없어지거나 부작용이 빨리 온다는 이야기예요. 오늘은 이 걱정이 근거와 얼마나 맞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레보도파를 늦게 시작해도 운동 합병증이 더 늦게 오지는 않았습니다.
합병증과 연관된 것은 약을 쓴 기간이 아니라 병을 앓은 기간과 체중당 용량이었습니다.
무작위 시험에서도 조기 시작군과 지연 시작군의 합병증 발생률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약을 늦게 시작하면 부작용을 미룰 수 있나요?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이 기울었습니다.
오랫동안 임상에서는 레보도파 시작을 늦추려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일찍 쓰면 이상운동증이 일찍 온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생각을 직접 검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약을 일부러 안 주는 시험을 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약이 늦게 보급된 지역을 찾아갔습니다.
두 나라를 비교한 연구가 무엇을 보여줬나요?
Cilia et al (2014)이 가나와 이탈리아의 환자를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가나는 레보도파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진단을 받고도 한참 뒤에야 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자연스러운 비교 조건으로 삼았어요.
가나에서는 레보도파가 훨씬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진단 후 평균 4.2년이었고, 이탈리아는 2.4년이었어요.
결과는 이렇습니다.
- 가나 환자에서 운동 동요는 56%, 이상운동증은 14%에서 나타났습니다
- 그런데 이 합병증이 나타난 시점의 유병 기간은 두 집단이 비슷했습니다
- 여러 요인을 함께 분석했더니 합병증과 연관된 것은 유병 기간과 체중 1kg당 하루 레보도파 용량이었습니다
- 반면 레보도파를 언제 시작했는지는 연관이 없었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결과가 있어요. 처음에 약을 쓰지 않던 21명을 따로 추적했더니, 레보도파를 시작한 뒤 운동 합병증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이 6개월이었습니다.
이미 병이 오래 진행된 상태에서 약을 시작하면, 합병증이 훨씬 빨리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의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운동 합병증을 미루려고 레보도파를 미루는 관행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작위로 나눈 시험도 있나요?
있어요. 그리고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Verschuur et al (2019)의 LEAP 시험을 보겠습니다.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무작위로 두 무리로 나누어, 한쪽은 바로 레보도파를 시작하고 다른 한쪽은 40주 뒤에 시작했습니다.
80주 시점에 두 무리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 운동 증상 점수의 변화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차이 1.0점, 95% 신뢰구간 -1.5에서 3.5)
- 즉 레보도파에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는 없었습니다
- 그리고 이상운동증과 약효 동요의 발생률도 두 무리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일찍 시작한 쪽이 합병증을 더 많이 겪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시험은 레보도파가 병을 고치거나 늦추지는 못한다는 점도 함께 보여 주었습니다. 증상을 조절하는 약이라는 성격이 분명해진 셈이에요.
그러면 무엇이 합병증을 결정하나요?
두 가지로 정리돼요.
- 병을 앓은 기간 — 시간이 지나면서 도파민 신경이 줄어들고, 약을 고르게 내보내는 완충 능력이 떨어집니다
- 체중당 하루 용량 — 같은 400mg이라도 체중이 40kg인 분과 70kg인 분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두 번째가 특히 실용적이에요. 체중이 빠지고 있는데 용량이 그대로라면 체중당 용량은 저절로 올라가거든요.
그래서 체중 기록이 약 조정에도 쓸모가 있습니다.
체중 변화는 체중 감소 편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러면 약은 언제 시작하는 게 좋나요?
증상이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 때입니다.
이것이 지금의 일반적인 접근이에요. 미리 정해 둔 나이나 기간이 아니라, 일상에 지장이 생기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미루는 데는 대가가 따릅니다.
- 움직임이 불편한 채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 활동이 줄어 근력과 균형이 떨어집니다
- 넘어질 위험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앞의 연구들이 보여 준 것처럼, 미룬다고 합병증이 미뤄지지도 않습니다.
다만 시작 시점을 정하는 것은 담당 신경과의 판단이에요. 이 글은 「미루면 이득이 있다」는 생각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려 드리는 데까지입니다.
왜 시작 시점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앞의 두 연구를 겹쳐 보면 설명이 나와요.

합병증은 약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줄어든 신경이 약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드러납니다.
병 초기에는 남아 있는 도파민 신경이 약을 저장했다가 조금씩 내보냅니다. 그래서 하루 몇 번만 드셔도 효과가 고르게 이어져요.
그 완충이 줄어들면 약의 농도 곡선이 그대로 증상이 돼요. 이 시점은 약을 언제부터 썼는지가 아니라 병이 얼마나 진행했는지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약을 늦게 시작한 분에게는 합병증이 더 빨리 찾아옵니다. 시작할 무렵 이미 완충이 줄어 있으니까요.
실제로 흔한 부작용은 무엇인가요?
이상운동증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 메스꺼움과 구토 — 시작 초기에 흔합니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듭니다
- 식욕 저하 — 먹는 양이 줄어 체중이 빠질 수 있습니다
- 기립성 저혈압 — 일어설 때 어지럽습니다
- 수면 문제 — 잠들기 어렵거나 낮에 갑자기 졸립니다
- 환시 — 없는 것이 보이는 증상으로, 용량이 늘어난 뒤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소화기 증상은 다른 병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화기 증상을 다른 병으로 착각하기도 하나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어요.
메스껍고 입맛이 없고 체중이 빠지면, 대개 소화기 진료를 먼저 보게 돼요. 내시경과 초음파를 받고 위염 치료를 시작하기도 해요.
물론 위염이 함께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약을 시작하거나 용량을 올린 시점과 증상이 시작된 시점이 겹친다면, 그 관계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약 변경 시점과 증상 시작 시점을 나란히 적어 보시면 실마리가 잡힙니다.
어느 쪽이든 스스로 판단해 약을 끊지는 마세요. 기록을 들고 담당 신경과에 알리시는 것이 순서예요.
자율신경 증상은 어떻게 다루나요?
약의 영향과 병 자체의 영향이 겹칩니다.
파킨슨병에서는 자율신경 신경병증이 진행하면서 기립성 저혈압과 변비, 위 배출 지연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레보도파와 도파민 계열 약도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어요.
그래서 「약 때문인가, 병 때문인가」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약을 올린 뒤에 뚜렷해졌다면 약 쪽을 먼저 봅니다
- 약과 상관없이 서서히 진행했다면 자율신경 신경병증 쪽을 봅니다
- 둘 다인 경우도 흔합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설 때 어지러운 증상 편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손발 저림도 약과 관련이 있나요?
관련이 이야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레보도파를 오래 쓰는 분에서 말초 신경병증이 더 흔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약의 대사 과정에서 특정 비타민이 소모되는 것과 연관지어 설명되기도 해요.
다만 여기에도 겹침이 있습니다. 파킨슨병 자체에서도 가느다란 감각신경이 상하는 소섬유 신경병증이 확인되거든요.
- 손발 끝이 화끈거리거나 저립니다
- 양말을 신은 듯 감각이 무딥니다
- 밤에 더 심해집니다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원인을 가리기 위해 담당 신경과에 알리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혈액검사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저희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에요.
자세한 내용은 손발 저림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의학은 어디를 맡을까요?
소화기 증상과 체중을 챙기는 부분입니다.
메스꺼움과 식욕 저하로 식사가 줄면 체중이 빠지고, 체중이 빠지면 체중당 용량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부작용이 더 두드러지는 흐름이 생깁니다.
한의학에서는 위장이 받아들이고 아래로 내려보내는 힘이 약해진 상태로 보고, 소화를 돕고 배변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접근합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한의학 치료가 레보도파의 부작용을 줄인다고 확립된 것은 아닙니다. 관련 연구가 있지만 규모가 작고 결과도 일부 항목에 한정되어, 확립된 근거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약의 종류와 용량, 시작 시점을 정하는 것은 처방한 신경과의 몫입니다. 저희가 조정하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 듣는 이야기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에 파킨슨병으로 오시는 분들 가운데, 약을 미루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아직 견딜 만해서요. 나중에 더 심해지면 그때 쓰려고요."
마음은 이해가 됩니다. 아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쓰겠다는 생각이니까요.

다만 약은 쟁여 두었다가 꺼내 쓰는 물건이 아닙니다. 안 쓰는 동안 효과가 보관되지도 않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근거는 그 방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담당 신경과와 이 부분을 한 번 더 이야기해 보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일곱 가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하나. 「아껴 쓴다」는 생각을 다시 봅니다. 미룬다고 합병증이 미뤄지지 않았습니다.
둘. 시작 시점은 생활 불편을 기준으로 상의합니다. 나이나 기간이 아니라 지장이 생기는 정도입니다.
셋. 체중을 기록합니다. 체중당 용량이 합병증과 연관되었습니다.
넷. 약 변경 시점을 적어 둡니다. 새 증상이 생겼을 때 원인을 가리는 데 쓰입니다.
다섯. 소화기 증상을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위염으로만 다루다가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섯. 어지러움을 알립니다. 약과 병 양쪽에서 올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일곱. 임의로 끊거나 거르지 않습니다. 굳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손해가 큽니다.
인천 송도 이레한의원은 자가면역질환과 신경 질환에서 나타나는 소화기 증상을 오래 진료해 왔습니다. 식사와 체중이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저희가 맡는 부분이에요.
파킨슨병에 한약을 함께 썼을 때의 임상 근거는 본원 칼럼 파킨슨병 치료 한의원 — 한약을 함께 썼을 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레보도파를 오래 쓰면 내성이 생기나요?
A. 흔히 쓰이는 표현이지만 정확하지 않습니다. 약이 안 듣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진행하면서 약을 고르게 내보내는 완충 능력이 떨어져 효과가 출렁이게 되는 것입니다.
Q. 그럼 일찍 시작해도 괜찮다는 뜻인가요?
A. 미루는 것이 합병증을 늦춘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시작 시점은 증상이 생활에 주는 지장을 보고 담당 신경과에서 정합니다.
Q. 레보도파가 병의 진행을 늦춰 주나요?
A. 아닙니다. 무작위 시험에서 병을 늦추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증상을 조절하는 약입니다.
Q. 용량이 높으면 무조건 나쁜가요?
A. 체중당 용량이 합병증과 연관되었지만, 필요한 만큼 쓰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 균형은 처방하는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Q. 메스꺼움은 언제까지 가나요?
A. 시작 초기에 흔하고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듭니다. 다만 오래 이어지거나 체중이 빠진다면 담당 신경과에 알리셔야 합니다.
Q. 한약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나요?
A. 확립된 근거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맡는 것은 소화와 배변을 정리해 식사와 체중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부분입니다.
Q. 파킨슨병을 자가면역질환으로 봐야 하나요?
A. 그렇게 분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행 과정에 면역이 관여하는 구간이 확인되고 있어, 자가면역과 겹치는 기전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치료 방향을 바꾸는 단계는 아닙니다.
Q. 인천 송도에서 상담받을 수 있나요?
A. 네. 이레한의원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습니다. 약을 시작하거나 바꾼 시점, 그리고 증상이 시작된 시점을 적어 오시면 상담이 정확해집니다.
참고문헌
- Cilia R, Akpalu A, Sarfo FS, Cham M, Amboni M, Cereda E, Fabbri M, Adjei P, Akassi J, Bonetti A, Pezzoli G (2014) The modern pre-levodopa era of Parkinson's disease: insights into motor complications from sub-Saharan Africa. Brain 137:2731-2742
- Verschuur CVM, Suwijn SR, Boel JA, Post B, Bloem BR, van Hilten JJ, van Laar T, Tissingh G, Munts AG, Deuschl G, Lang AE, Dijkgraaf MGW, de Haan RJ, de Bie RMA (2019) Randomized Delayed-Start Trial of Levodopa in Parkinson's Diseas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80:315-324
- Calabresi P, Di Filippo M, Ghiglieri V, Tambasco N, Picconi B (2010) Levodopa-induced dyskinesias in patients with Parkinson's disease: filling the bench-to-bedside gap. Lancet Neurology 9:1106-1117
본 글은 의학 정보를 정리한 참고 자료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 방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의 시작과 조정은 담당 의료기관과 상의해 주세요.